당신과 처음 만났던 그날도 지금처럼 봄비가 내렸던가요?
벌써 25년 저쪽의 일입니다.
이제 그날의 풍경과 자세한 모습은 연무에 휩싸인 새벽 강가 풍경처럼 아스라하지만 그 옅은 풍경 속에서도 당신의 환하고 어여쁜 얼굴은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그날 이후 당신과 내가 이룬 많은 이야기들 역시 마음 속에 사뭇 몽환적으로 떠오릅니다.
불시에 맞닥뜨린 장대비를 돗자리 한장으로 가리며 뛰어내려오던 북한산 자락의 그 길고 좁은 산길이며, 교통체증으로 45분이나 늦어버린 신부 때문에 로맨틱은 커녕 다급하게 화다닥 이루어진 결혼식 풍경이며, 그리고 당신과 나를 꼭 닮아 더 사랑스러운 아이.
헤아리지 못할 많은 사연을 만들며 마침내 가정을 꾸린 당신과 나는 어떤 빛깔의 사랑을 했던가요?
당신은 여전히 나를 사랑합니까?
당신이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당신의 사랑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있어 진정으로 행복합니다.
서늘한 빗방울 사이로 당신인듯 빛깔 고운 자그마한 산새 한마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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