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해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농촌공동체는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난파선처럼 노인들만 모여있는 농촌은 겉으로는 초록빛으로 풍요로워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빈껍데기에 불과하고 농촌의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하던 정부의 그 많은 장밋빛 정책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분노를 넘어 허탈할 지경이다.
추수철을 앞두고 있는 감자밭 3백평에서 거둘 수 있는 감자수확량을 대략 100 상자 정도로 보고 1상자 당 계약재배로 받는 금액은 상자 당 5천원이다. 이를 계산하면 대략 55만원이 되는데 감자 수확에 이르는 기간이 120일 이고 보면 실상 이들이 감자로부터 얻는 실제 소득은 고작 1개월에 13만원 남짓에 불과한 셈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셈을 하다보면 기껏해야 농촌 가구당 월소득은 1백여만원 이하에 불과할 터이고 농사를 짓느라 구입한 각종 농기구나 농자재 등의 필요경비를 제하면 이건 도무지 계산을 하기가 민망한 수준이 되고 만다.
따라서 농사짓기보다는 다른 농가나 도로공사판 등에서 품을 파는 편이 농산물 생산에 의한 수입이 뻔한 시골 형편에서는 더욱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농촌이 토목건설족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보수반동의 골수지지자가 된 것은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인 듯하다.
어쨌든 농촌을 살리고 농촌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반드시 생태적이어야만 한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바이지만, 공동체 중심 그리고 네트워크화에 의하여 실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설핏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과 판단은 나 혼자 만의 생각은 아니고 농촌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마음에 둔 사람은 대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우석훈이 여러 저서에서 그런 생각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고 김종철이 그렇다.
스스로 시골로 내려 온 사이비 귀농의 주된 이유와 명분이 그것이다.
어쨌든 사람은 자신이 세운 올바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각자 발 딛고 선 자리에서 발버둥쳐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속한 도시와 또 내가 속한 농촌 사이에 공고하게 돈이 흘러다니는 파이프라인을 놓는 것 - 그것이 내가 사이비귀농을 결행한 주된 이유이고 그 소망이 완성되는 날, 나는 비로소 완전한 귀농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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