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로 내려온지 꼭 한달이 지나고 있다. 앞가림하느라 거의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오가다보면 명승고적 혹은 유적지를 나타내는 갈색 안내판을 수도 없이 많은데 딱히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충주 시내로 몇가지 물품을 사러 가는 길에 바로 국도변 한켠에 자리한 중원고구려비를 둘러 보았다.
中原高句麗碑.
고구려가 한반도 남쪽 깊숙한 곳까지 진출했었다는 확실한 증좌.
작지만 단정하게 치장된 공간에 그 비는 놓여있었고 주차를 하고 비각 가까이 다가가자 그늘에 앉아있던 노인이 후다닥 앞을 막아서며 중원고구려비에 대해 설명해 주겠단다. 연두색 조끼를 걸치신 모양이 공공근로 중이신가 보았다. 땡볕에서 잔디를 고르거나 휴지를 줍는 것보다는 괜찮아 보이는 보직.
노인의 설명을 들으며 유심히 살펴보니 중원고구려비는 국보 205호. 대한민국 국보 205호 옆에서 노인은 공공근로를 하고 누군가는 댓자로 누워 잠을 잔다.


단정하고 야무진 비석
실제 비석 자체는 그리 크지 않으나 단정하고 매끈한 모습이었고 항간에 냇가에서 아녀자들이 빨래판 대용으로 썼었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란다. 아무튼 이런 유물들을 볼 때면 어쩔 수 없는 경외심이 생겨나곤 한다.
한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심취했었다.
그녀의 지나친 로마 취향 때문에 과장되고 미화된 감은 있지만 어쨌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인간 군상에 매혹되어 6차례인가 반복해서 읽었었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고대 로마 유적지 탐방을 위시리스트에 넣고는 언젠가 Leptis Magna의 줄지어 선 기둥아래를 거닐리라는 은밀한 소망을 키우고 있다.
그 열주식 기둥 아래에서도 이 경외감을 느끼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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