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사고

2009/07/29 23:26

주말 동안 잠깐 거처를 비운 사이, 제비집이 있는 그 이웃이 경운기를 타고 면사무소를 다녀오다 경운기와 함께 굴러 충주중앙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누워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너무 뜨거워 일을 잠깐 쉬는 한낮에 이웃 할머니 두 분을 모시고 문병을 다녀왔다.

좁다란 산길에서 왕왕 자동차와 마주치면 곤란한 지경이 되곤 하니까 자동차 통행이 훨씬 더 적은 산막길로 경운기를 몰아오다 그리 되었다는 얘기인데, 기실 사고는 좁은 산길 때문이 아니라 면에서 동네사람들과 함께 도를 넘어 지나치게 마셔댄 막걸리 탓이겠다.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 경운기를 끄집어 올리고 보니 경운기 짐칸에 단단하게 묶인 비닐봉투에 막걸리 몇병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노라는 증언을 접하니 왼쪽 쇄골과 갈비뼈 몇 개 그리고 손가락 몇개가 부러져 나간 부상이 그리 썩 심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장가도 못 간, 혼자사는 늙은 총각인 처지라 끼니 때움도 없이 오로지 술을 벗삼아 늘상 거나하게 취해있던 처지라 병원에서 며칠 째 그 좋아하는 술은 입에도 못대고 편하게 누워 꼬박꼬박 해주는 밥을 받아먹자니 그 이웃의 얼굴은 오히려 입원 전보다 더 좋아져 있었다.

그걸 좋다고 해야할지........암튼 그 분의 쾌차를 빌긴 하는데...........어느 정도 호전되면 충주병원을 떠나 면에 소재한 병원으로 옮겨야겠다는 그 분의 단호한 선언을 듣고나니, 환자복 차림으로 술에 취해 면을 어슬렁거릴 그 모습이 저절로 상상이 되며 황당한 기분이 되었다.      

아무튼 그거야 그때가서 살펴보면 될 일이고, 걸핏하면 들려오는 것이 농기계로 인한 사고인데, 사용자의 미숙함도 그 원인이 되겠지만, 거개는 술로 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서 두어달 사이에 벌써 여러 건의 사고를 목도한 바 있고 그 모두는 술로 인한 것이었다.

완전 술에 취한 채 트랙터를 몰다가 계곡으로 떨어지고, 남의 논밭으로 뛰어들어 농작물을 망치고, 심지어 남의 집 담벼락을 부수며 뛰어드는 사고도 있었다.

사고 뒤 터무니없이 비싼 농기계 수리비와 피해보상을 놓고 이웃 간 잘잘못을 따지는 악다구니와 쪼들리는 형편에 더 늘어나는 빚을 보노라면 이런 악습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듯 하다.

자동차 사고와 달리 그나마 타인에 대한 인명사고는 그닥 눈에 띄지 않고 자기 신체나 자기 재산에 대한 손해가 많아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해도 경찰의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다. 아마 서로 대충 해결하는 눈치인데............아무튼 술이 문제다. 아니 술이 문제가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행태가 문제겠다.

오늘 아침나절에도 흥겨운 뽕짝소리를 크게 튼 막걸리 배달차가 이리저리 논 사이를 누비며 꼭두새벽에 받아낸 막걸리를 열심히 실어나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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