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어슷하게 비가 내리더니 비 그친 이 아침의 맑디맑은 하늘은 그야말로 그림이다.
한결 깊어진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이며 사뭇 경계가 뚜렷한 산등성이며 전형적인 가을 아침이다.

<뭉게구름 모습이 어쩐지 싸구려 그림의 그것처럼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정말 맑고 깨끗한 전형적인 가을 하늘>
맑은 아침공기를 공기를 마시며 잠깐 커피 한잔 마시던 찰나, 경운기 사고의 주인공이 사뭇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거처 문을 두드리며 화염방사기처럼 불길이 솟구치는 토치를 빌려달란다. 토치를 안가지고 있을 리 없는데, 개라도 잡았나, 무엇하려 토치를 찾냐는 질문에 사뭇 당당하게 대답한다.
"너구리 잡았어!"
"..............켁!"
너구리라면 그 유명한 우동라면 이름...............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밤에 밭 작물을 헤집는 녀석들을 잡기 위해 쳐 둔 덫에 녀석들이 걸린 것이었다.
커피를 마저 마시고 앞서 간 주인공을 좇아 그이 집으로 갔더니 벌써 작은 너구리는 무자비한 토치로 마구 그을린 상태였고 나머지 한마리는 발목에 썸뜩한 덫을 매달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막 뒤란에서 들려나오던 참이었다.
그 너구리를 든 양반,
한 손에는 피 떨구는 너구리가 매달린 덫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망치를 들었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며 한마디 한다.
"숨이 덜 끊어져서............."
나름 선량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어쩐지 번들거리는 눈빛에 소름이 좌악 끼쳐왔다.
한 녀석 그을리기가 끝나자 다른 녀석이 토치 아래 누웠고, 쉭쉭 거센 토치불이 가까이 다가가자 엉덩이가 움찔한다. 아마도 모자인 듯, 모자가 나란히 마실이라도 나왔다가 끔찍한 상황에 처한 것인지, 흉폭하고 커다란 덫에 거의 끊어지고 있는 연약한 앞발을 보니 저절로 가슴이 아파왔다.
너구리는 개과라서 개고기 맛이 난다느니, 시골서 이런 재미도 없으면 어찌 사냐느니, 다음 번 덫에는 고라니나 멧돼지나 걸리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소주 잔이 찰랑찰랑 한 순배 돌아간다.
토치의 강력한 화염에 터럭이 홀랑 그을려 알몸으로 흉칙하게 굳어진 그 모습이 흡사 미어캣의 형태인데, 너구리라는 동물이 농작물에 얼마나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지는 잘모르겠지만 저토록 푸른 하늘을 함께 이고 사는 처지에 너무 잔인한 것은 아닌지, 그야말로 도시적인 생각을 하며, 개고기는 안먹는다는 핑계를 대며 슬슬 자리를 피해 거처로 돌아왔다.
논두렁을 돌아 거처로 돌아오는 하늘은 여전히 시리도록 슬프게 아름다웠다.
철 모르는 어린아이가 생각없이 내뱉는 말이 가슴을 후벼 팔 때가 있듯 시골에는 간혹 잔인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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