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없는 대한민국.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 당국의 석연치 않은 발표와 회견을 내내 지켜보며, 그 침몰 원인이라는 것이 저들 주장처럼 북의 소행이라 인정하더라도, 그럼 왜 책임지는 당국자가 하나도 없는가 하는 의문을 도무지 지우질 못했다.

그 많은 국방예산은 어디로 갔으며, 아주 기초적인 본연의 경계임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군대가 도대체 군대인 것인지, 정말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결론은, 결국

희•망•소•멸

이 희망없는 대한민국을 차마 떠날 수도 없고 떠나지도 못하기에, 차선잭을 강구한다.

역설적으로 - 희망찾기!

1. 정치의 중요성

누구나 정치인을 욕해댄다.
술 안주로 씹고, 일상적 대화로 험담하고, 아무튼 재미난다.
씹고 욕하고 험담했다해서 당사자가 면전에 있다면 모르거니와 뭐 딱히 책임지거나 명예훼손으로 소송에 걸릴 일도 없다.
한때 <노무현 씹기>가 선풍적인 국민오락이었듯, 모든 사람들이 정치인을 험담한다. <노무현>을 씹었다고 경찰이 출두요청했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 (요즘은, 확실히 경찰이 부른다)

하지만, 몇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첫째, 정치는 정확하게 국민의 의식수준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아무 의도없이 무작위로 어느 국회의원을 프로필을 찾아 들여다 보라.
그들 개인적 히스토리의 후반부 - 조작이나 협잡의 냄새가 농후한 부분 - 을 제외하고, 도무지 어찌해볼 수 없는 부분들, 학력이나 초창기 사회활동 등등을 들여다 보면, 탁월하게 공부를 잘하거나,학생회장을 역임했거나, 아무튼 그들의 그 부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지내는 주변 누구보다도 월등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저들이 정치인으로 입신하게 되면, 매일같이 저 모양 저 꼴로 헤매고 있고, 우리는 그들을 술자리 안주삼아 험담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저들은 정확히 우리들의 거울인 것이다. 우리들 의식의 완벽한 반영인 것이다.
우리의 아주 객관적인 모습이 이 정도 수준이기에 우리의 대표인 정치인의 모습이 저 정도 수준인 것이다.

정치....................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토록 아무렇게다 다루어도 좋을 별 볼일 없는 것일까?

정치는, 우리들 스스로 고립무원의 산 속 혹은 외딴섬에서 살아가지 않는 한, 공기와 물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정치는, 경제, 복지, 외교, 산업 등등의 한 국가의 모든 영역을 망라한 전체 시스템을 아우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정치와는 별 상관없이 보이는 경제 역시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1998의 충격적인 국가부도였던, IMF.......그것은 단순한 경제문제였을까?
그런 파국을 야기한 것은 결국 정책이라는 정치적 결단 때문이었다.

결국 정치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2.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치인 찾기

이토록 중요한 정치, 이를 담당하고 있는 정치인, 누구를 우리의 대표로 세우고, 또 누구를 눈여겨 보아야할까?

김대중 - 탁월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 곁에 없다.
노무현 - 역시 탁월하다. 역시 우리 곁에 없다.

김대중과 노무현 -  그들의 위대함은 무엇일까?
그들은 가슴 깊이 진정성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김대중 - 국가에 대한 헌신을 진정 생각했다.
노무현 - 스스로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말하듯, 보편적(진보적) 삶의 가치에 대하여 한시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저들의 악랄한 수작에 걸려 이미 우리 곁을 떠났다.

희망찾기 -  그러면 이후 누구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김대중이 강추한 사람 - 이해찬
그리고
노무현이 강추한 사람 - 유시민
이 두사람이 현재의 우리 희망이리라.

사회생활을 하는 분은 모두들 들어본 이야기이지만, 이해찬에 대한 시니컬한 험담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빡빡한 사람이다, 면도날같은 사람이다 - 대개 부정적인 이야기들.

헌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부정적인 평가라는 것이 오히려 지도자로서는 강점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잘못 판단하고 있고, 심각한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듯 하다.

빡빡하고 면도날 같다라는 평가는 우리와는 크게 관련없는 이해찬 동업자의 불평인데,
이해찬 동업자? - 이들은 결국 국회의원일 것이고,
국회의원들이 이해찬을 빡빡하고 면도날 같다고 평가한다면, 그런 평가를 내리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이 주변 누구를 빡빡하다고 평가할 때, 그건 우리가 그에게 우리의 기대에 반하는 반응을 얻었을 경우에 그런 평가를 하지 않는가 싶다. 즉, 우리의 사심이 실린 부탁을 거절당했을 때 우리 역시 그런 평가를 하지 않을까?

이해찬과 유시민은 동업자인 국회의원들로부터 그러한 평가를 받고있었음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정당 내에서 그들의 평가와 그에 상응하는 대접이 형편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밝은, 그리고 역시 통찰력이 월등했던 2명의 대통령은 이해찬과 유시민을 중용하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국무총리, 보건사회부장관 - 이해찬과 유시민은 역시 드라이하게 두 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게 된다.

이해찬 - 이 분의 정치력은 대단히 뛰어난 듯 싶은데, 특히 법률안을 상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시점을 가늠하는 눈썰미가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유시민 - 철새라느니 싸가지가 없다느니 하는 평가가 있는데, 이건 정말 싸가지 없는 평가가 아닐 수 없다. 현역 정치인 중 유시민 만큼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의 진정성은 실로 순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러한 면 - 드라이하고 진정성이 충만하다는 관점 - 에서 볼 때,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정치인은 이정희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이한 이해찬은 이미 그녀를 대단히 칭찬한 바 있고, 민주노동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노무현 쪽으로 향해가는 그녀의 행보는 머지않아 그녀가 민주노동당으로부터 다른 쪽으로 이동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을 듯 하다. 혹은 야권대연합의 한 축이 될 듯도 하고.

차기는 유시민으로 가고, 그 다음은 이정희로 간다면, 대한민국은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그 기대치가 차츰 높아만 가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행보, 유심히 지켜보아야겠다.

어느새 또 선거철이 가까워졌다.

대학동문 소모임 공지가 사뭇 잦아지고 있다. 연신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

교육위원 출마한다, 도의원 출마한다, 시장 출마한다........면서........아주 우연하게 들른 듯 동문들의 모임에 모습을 비춘다. 동문회 차원에서 이런 것도 배려라고, 아마 조심스레 모임을 소집하고 그 자리에 후보들을 쉬쉬하며 초대하는지도 모르겠다. 대 놓고 하면 선거법 위반일테니, 끼리끼리 눈치 봐가며 하는 것 같다.

4월 말에 아무 생각없이 대학동문모임에 나갔다가 그런 꼴을 보고는, 이어지는 모임 소집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이건 공정하지도 않고, 아무리 듣기좋은 말을 갖다붙여도 패거리짓기에 다름 아니다.


며칠 전에는 시골에 다녀왔다.

몹시도 추웠던 2월 말에 가서 며칠 머물다 왔으니, 이번 방문이 거의 두어 달만의 방문인 셈이다.

오랜만에 왔다고, 마주치는 동네어른들 모두 바쁘게 농사준비 하시는 와중에도 황송하게시리 반가이 맞아주셨다.

그 두어 달 사이 - 나흘 전에, 연세가 90이 훌쩍 넘으신 동네 할머니께서, 사실 날도 얼마 남지 않으신 분이, 무슨 말 못할 억울한 일이라도 당하셨는지, 꼬부랑 허리로 마루 대들보에 스스로 목을 매고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시골로 내려온 1년 남짓 동안, 돌아가신 분들이 다섯 분이나 되는 셈이다.

동네사람 모두 합해봐야, 40여명 남짓이니 한 해에 10% 되는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셈이다.

단순계산으로 이 상태로는 10년 이내에 무인지경이 되고 마는 셈이다.............

복잡한 심정으로 하루를 지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최근에는 분당이 아니라 송파 가든5로 간다.

어쩌다보니 사무실을 다시 그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가든5 - 무지하게 넓은 공간에 사람이 거의 없다.

낮에 커피 한잔 뽑아들고 하늘공원으로 나가면, 서울공항으로 내려앉는 갖가지 비행기 소리로 왕왕거리지만, 실내는 무지 조용하다.
야근이라도 하게 되는 밤에는 조용함을 넘어 엄청나게 무섭다.
시골과 달리 도시의 밤이 선사하는 무서움은 약간 더 강도가 센 듯 하다.

무지막지하게 기다란 복도 (제 사무실은 가든5에서도 가장 긴 건물인 Tool관. 복도를 따라 걸어보면 거의 오 혹은 육백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다)에서 먼지 날리는 소리, 머리카락 떨어지는 소리도 들려올 듯 하다.

그곳에서 머리카락를 쭈뼛거려가며 늦은 업무를 정리하고 화다닥 새벽길을 달려 집으로 향한다.

퀭한 눈으로 새벽까지 기다리며 앉아있는 아내를 토닥여 재우고는, 다시 서재에 앉는다.

깜빡깜빡 졸아가며, 이러저러한 서류며 정리를 하다보니 , 어느 새 새벽, 휘리릭 현관문 밖에 신문 던져넣는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나 푸르스름한 새벽안개 속에 앉아 늘 하듯 텁텁한 커피를 윗속으로 흘려넣으며 신문 사설과 컬럼면부터 거꾸로 읽는다.

신문을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차를 몰아 가든5로 향한다.

오전 일을 몇가지 처리하니 훌쩍 점심식사 시간.

전날 약속잡았던 허물없이 지내는, 기자질하는 후배녀석과 구내식당에 마주 앉는다.

그 녀석,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며 아주 사적인 일을 상의해온다.
뭔일인가 싶어 내심 긴장하며, 밥알을 입 안으로 밀어넣고는 그 녀석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잠깐 망설이다가, 다짜고짜 결론부터 끄집어내놓는다.

녀석의 손위 처남이 자살했단다. 순간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일단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정작 내 귓전에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그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닐까 싶다.
서둘러 앞뒤 정황을 묻는다.
무지 일이 바쁜데 문상하러 전주까지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후배.

무조건 가야하는거라고..........말해준다.

같은 입장이었다면, 나 역시 문상을 망설였을테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아무리 바쁜 일이라도 사실 며칠 정도는 미루어도 큰 탈은 안나는 게 사실 아닌가.

이 글의 마무리를 어찌해야할지 몰라 하루이틀 미룬 사이, 젊은이들이 또 소규모로 집단자살을 감행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고..............

취업도 안되고 무엇 하나 희망이 안보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듯 하다.

두렵다.

90이 훌쩍넘어 대들보를 마지막 길동무 삼아 가신 그 할머님,
후배의 손윗처남,
이를모를 그 젊은 친구들............
가슴 한 켠이 정말로 스산해지며, 어쩐지 그 안타까운 장면장면들이 내 미래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으리라.
입술을 깨물고 눈동자에 힘을 준다.
더 열심히, 더 확고하게, 스스로 지향하는 목표를 향하여 불꽃처럼 타올라야겠다는 다짐이 솟는다.

차마 제 목숨 스스로 거둘 용기는 없지만,
스스로 조금 낫다고 추렴하고 위안하는 알량함을 종자삼아, 괜찮은 일자리를 하루빨리 많이 만들어야겠다.

이상적으로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견지에서 말하자면, 기업이라는 것의 참된 존재 이유는 수익창출이 아니라 훌륭하고 견실한 일자리의 창출과 유지가 아닌가 한다.

이토록 슬프고 황망한 대한민국 땅에서, 그것이 내게 주어진 책무이고 소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은 더욱 많이 한다.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함께 거리낌없이 나눌 수 있는 후배들을 더욱 많이 초대할 자리를 하루빨리 만들었으면 한다.  

옛 친구를 만나다

2010/05/10 04:53

화창하고 따뜻한 일요일, 가족들과 피크닉을 했다.

늦잠에서 천천히 깨어나 대충 얼굴을 씻고 김밥집으로 향한다.

김밥집으로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1층 자전거 보관장소에 방치했던 자전거 먼지를 털어준다.

햇수로 거의 2년 만에 흔들어 깨운 녀석들은 비척비척 몸을 비틀며 부시시한 모습으로 소스라쳐 놀라 일어난다.

그 중 한 녀석은 타이어 공기도 몽땅 빠진 상태였다.

은박지 싸인 김밥 몇줄과 수건, 농구공, 음료수 그리고 돗자리 등을 배낭에 넣고 손에 들고,
동네 자전거 판매점에 들러 공기압도 맞추고, 튜브도 갈고 한 뒤에,
탄천을 따라 온 가족이 자전거로 이동한 끝에 지천변 농구장에 다다랐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꽤 멀리 온듯도 하지만, 고작 3Km 남짓............민망하다.

나무 그늘에 둘러 앉아 김밥도 먹고, 아들의 농구공도 받아주고, 둘이 길거리농구도 한다.

둘이서만 하는 농구가 심심하던 차에, 외국인 남자 한명과 젊은 부부가 합세한다.

다소 비좁아진 농구장에서 놀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앞서 자전거를 타고가는 아들과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어쩐지 가슴 한 켠이 짠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의 야성은 사라지고 소녀틱 취향만 남는다더니 딱 그짝이다.


집으로 돌아와 이러저러한 일을 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아들 공부를 봐주고, 모두들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나니, 어느 새 새벽.

밖은 여느 때처럼 차분하게 새로운 주간의 시작을 예비하는 듯 조용하고 차분하다.


혼자 노트북을 열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다가 문득 오래된 CD에 눈길이 머문다.
아무런 표제도 없는 그저 밍밍한 CD.
그 CD를 노트북에 밀어넣고 가족들 깰까싶어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들려오는 참 오래된 노래들..........윤도현 밴드.

아무 생각없이 듣다보니 또 다시 차츰 가슴 한켠이 아득해져온다.

윤도현과 김광석이 의좋게 나눠부르는 <이등병의 편지>는 특히 이상한 느낌.

다소 멀끔하고 젊은 목소리의 윤도현이 몇소절을 끝낸 뒤,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라는  김광석의 음성이 들리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며 울컥해진다.

김광석............그는, 암울한 청춘의 Icon이었다.

그의 노래를 들을라치면 항상 내 의식은 벌써 저 80년대로, 그 순수의 시대로 달려 가곤 한다.
그리고 습관인 듯 언제나 그리고 반드시 가슴이 아파오고 눈물이 난다.


순수의 시대를 살아온 그는 그렇지 못한 시대를 차마 못견디고 그 시대를 거슬러 가버렸지만,
그의 심정적 동지들은 여전히 이 시대에 남아,
누구는 칼을 갈고,
또 누구는 헛웃음을 흘리고,
또 다른 누구는 빛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 주저앉아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처연하고 투명한 코발트빛 블루 속에 홀로 앉아, 옛친구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이 조단조단 들려주는 이야기,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이야기들을 마음 속에 새기며, 우리 역시 다른 세상으로 천천히 가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