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7/23 Road Kill (2)

Road Kill

2009/07/23 23:57

그것은 단연코 사고였다.

자동차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건만 그의 출현은 너무나 느닷없었고 그 돌발사태를 나는 전혀 제어할 수 없었다.

장맛비는 며칠 전 그쳤고 낮 동안은 무더웠지만 저녁 무렵에는 참으로 선선하고 상쾌했다.
문구류가 부족해서 면 사무소 인근 편의점을 향하여 남한강변길을 운전해가던 나는 열린 차창으로 넘실거리며 들어오는 강바람이 선선하다못해 오싹할 지경이었다.
여름 날, 시골 밤길을 빠른 속도로 질주할 경우 사고 위험도 있거니와 내 경우 그 보다는 차창에 부딪혀 찌익 흔적을 남기는 곤충들 때문에 가급적 천천히 가는 편이다. 윈드 실드에 주우욱 남겨진 곤충의 흔적은 얼마나 지워내기가 번거롭던가.

대략 50Km 정도의 속도로 강변길을 달려가는데 왼편 강변 쪽에서 길을 건너려 웅크린 작은 물체가 보였고 미처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기도 전에 그 물체는 내 차 쪽으로 돌진하여 타이어에 머리를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흘낏 거울로 뒷편을 보았지만,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길이라 뒤편은 먹먹했다.

안 좋은 느낌.......

문구류를 재빨리 챙겨들고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데 사고현장에 다다르자 아뿔사 작은 물체가 도로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 물체 앞에 천천히 차를 세우고 라이트로 비춰보니 작은 산토끼 한마리가 입에 피를 머금고 누워있다.

간혹 도로에서 발견하는 그 로드킬.

이제 내가 그 주범이 되었다. 아, 미안해라. 정말로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어쩌면 좋을까 잠시 머뭇거리다 산토끼를 그대로 둔 채 돌아왔다. 난처한 상황을 재빨리 모면하고자 하는 저질 심뽀인지도 모르겠다. 신작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어 오는데 이번에는 고라니 한 마리가 길을 막은 채 머뭇거리다가 라이트를 비추자 재빨리 숲 속으로 사라진다. 제발 느닷없이 나타나지 마라, 이것들아!

제비둥지가 있는 이웃집에 들러 이 일을 고하니, 왜 안가져왔느냐고 묻는다. 술안주로 좋다나 뭐래나.

어쨌거나 조심할 일이다.
특히 인간 말종을 조심할 일이다.
한 말종 때문에 온 국민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마침 자동차 안에 카메라가 있어 그 처참한 광경을 촬영해두었지만 여기에 첨부하기엔 너무 끔직해서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