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고 따뜻한 일요일, 가족들과 피크닉을 했다.
늦잠에서 천천히 깨어나 대충 얼굴을 씻고 김밥집으로 향한다.
김밥집으로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1층 자전거 보관장소에 방치했던 자전거 먼지를 털어준다.
햇수로 거의 2년 만에 흔들어 깨운 녀석들은 비척비척 몸을 비틀며 부시시한 모습으로 소스라쳐 놀라 일어난다.
그 중 한 녀석은 타이어 공기도 몽땅 빠진 상태였다.
은박지 싸인 김밥 몇줄과 수건, 농구공, 음료수 그리고 돗자리 등을 배낭에 넣고 손에 들고,
동네 자전거 판매점에 들러 공기압도 맞추고, 튜브도 갈고 한 뒤에,
탄천을 따라 온 가족이 자전거로 이동한 끝에 지천변 농구장에 다다랐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꽤 멀리 온듯도 하지만, 고작 3Km 남짓............민망하다.
나무 그늘에 둘러 앉아 김밥도 먹고, 아들의 농구공도 받아주고, 둘이 길거리농구도 한다.
둘이서만 하는 농구가 심심하던 차에, 외국인 남자 한명과 젊은 부부가 합세한다.
다소 비좁아진 농구장에서 놀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앞서 자전거를 타고가는 아들과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어쩐지 가슴 한 켠이 짠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의 야성은 사라지고 소녀틱 취향만 남는다더니 딱 그짝이다.
집으로 돌아와 이러저러한 일을 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아들 공부를 봐주고, 모두들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나니, 어느 새 새벽.
밖은 여느 때처럼 차분하게 새로운 주간의 시작을 예비하는 듯 조용하고 차분하다.
혼자 노트북을 열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다가 문득 오래된 CD에 눈길이 머문다.
아무런 표제도 없는 그저 밍밍한 CD.
그 CD를 노트북에 밀어넣고 가족들 깰까싶어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들려오는 참 오래된 노래들..........윤도현 밴드.
아무 생각없이 듣다보니 또 다시 차츰 가슴 한켠이 아득해져온다.
윤도현과 김광석이 의좋게 나눠부르는 <이등병의 편지>는 특히 이상한 느낌.
다소 멀끔하고 젊은 목소리의 윤도현이 몇소절을 끝낸 뒤,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라는 김광석의 음성이 들리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며 울컥해진다.
김광석............그는, 암울한 청춘의 Icon이었다.
그의 노래를 들을라치면 항상 내 의식은 벌써 저 80년대로, 그 순수의 시대로 달려 가곤 한다.
그리고 습관인 듯 언제나 그리고 반드시 가슴이 아파오고 눈물이 난다.
순수의 시대를 살아온 그는 그렇지 못한 시대를 차마 못견디고 그 시대를 거슬러 가버렸지만,
그의 심정적 동지들은 여전히 이 시대에 남아,
누구는 칼을 갈고,
또 누구는 헛웃음을 흘리고,
또 다른 누구는 빛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 주저앉아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처연하고 투명한 코발트빛 블루 속에 홀로 앉아, 옛친구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이 조단조단 들려주는 이야기,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이야기들을 마음 속에 새기며, 우리 역시 다른 세상으로 천천히 가게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