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를 정하다 2

2009/05/13 22:11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영죽분교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 1필지와 밭 4필지가 포함되어 있고 교사동 뒤편 마당에도 밭이 하나 더 있었다. 헌데 이 모두를 어느 부지런한 주민이 미리 써레질을 해놓았다. 사연인즉, 교육청과 나와의 임대계약이 늦어지자 학교 정문 바로 앞집 주민이 농사를 지으실 요량으로 미리 써레질을 해놓은 것이라는데 교육청에서 씨뿌리기를 만류하시는 바람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손을 놓고는 제가 나타나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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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30. 정문 옆의 밭. 오른편 진입로 너머에도 비슷한 규모의 밭이 더 있다

내가 교육청과 계약 후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한달음에 나를 찾아온 주민에게 얼른 씨앗을 뿌리라고 말해두었다. 올해는 크게 농사지을 것도 없고 괜히 빈 농토만 놀릴 듯한 생각에서 그렇게 조치했다.  다만 아래 사진의 교사동 사이에 만들어져있는 밭은 내가 연습삼아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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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30. 교사동 사이의 마당도 어느 틈에 주민에 의해 밭으로 바뀌어 있다

그래도 20평은 족히 되보였고, 올해 여름에는 이곳에 밭작물 몇 종을 심어볼 예정이다. 지독히 인스턴트적인 도시의 생활에 익숙해져버린 내 생체시계가 여름 하늘 구름처럼 느긋하게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을 얼마나 견딜는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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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정하다 1

2009/05/13 21:55

무릇 어떤 곳을 가든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장소가 갖는 제약성 혹은 한계 때문인데, 어느 한 곳을 선택해서 살다보니 그 곳이 처음 생각과는 달리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 해도 마트에서 물건 바꾸듯 그렇게 쉽사리 이동하는 것은 자금이나 시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장소를 정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지인의 추천을 받거나 현지에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인데,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마을을 정한 후 그곳에서 임시로 살아볼 것을 많은 선험자들이 권하고 있다.

시골은 도시와 달리 전세라는 개념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보증금이 있는 월세의 형식도 많지 않다. 이는 전세나 월세 기간이 끝났을 때 다음 입주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인 듯 하다.

시골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세입제도는 일년 치 월세를 선납하고 사는 방식으로 도시에서는 이런 형태를 깔세라 고  하는데 아무튼 이런 형태가 보편적인 듯 하다.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년 1백만원부터 실로 다양하게 있다. 이런 물건은 지역의 부동산에서는 거래되지 않고 동네 주민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거래가 되는 듯 했다. 따라서 이런 주택을 구하려면 동네를 먼저 정하고 그 동네 점방(도시로 치면 슈퍼)이나 이장님을 찾아가 묻는 게 최선인 듯. 동네 점방 주인이나 이장님은 그 동네 정보를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애초부터 일반 농가주택은 관심에 두지 않았다. 그것은 향후 사업과의 연관성 때문이며, 아무튼 2008년 여름부터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교육청 홈페이지를 매일같이 노려보며 적당한 폐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폐교의 장점은 첫째로 부지가 넓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보통 폐교의 경우 그 넓이가 대략 3,000평 정도에 이르고 교사동을 비롯한 여러 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나처럼 자질구레하게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붙잡고 어지르는 타입에게 폐교는 최선의 선택이랄 수 있다. 또한 폐교의 지적도를 살펴보면 대개 논이나 밭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꽤 많아서 별도로 밭이나 논을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다. 설령 부속 논밭이 없다해도 넓은 부지 중 일부분을 논밭으로 사용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주변 농가에 소작을 해도 문제가 전혀 없다. 소작의 경우 소작료를 시골에서는 도지라고 하는데 그 소작료가 무척 싼 편으로 대개 논 1마지기(200평 정도)의 소작료가 3말(3kg) 이하인 듯 하다.

둘째 장점은 별도의 시설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폐교는 정해진 기간(보통 3년에서 5년)의 임대차계약이 끝나게 되면 기존의 임차인과 재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공개입찰에 붙여야만 한다. 이것은 많은 시설투자를 해서 사업이든 생활이든 잘하고 있다 해도 계약기간 종료 이후 재계약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과도한 시설투자를 할 이유가 없으며, 기존 시설을 잘 보수해서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2008년 겨울을 꼬박 기다린 끝에 2009년 4월에 드디어 충주교육청으로부터 폐교를 임대받았다.

학교는 충주시 앙성면 영죽리에 위치한 영죽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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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30 영죽분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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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30. 영죽분교 교사 뒤편. 사진 중앙에 수령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물푸레나무

영죽분교는 충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1km 부근에 맑은 남한강이 흐르고 있다. 남한강 너머는 원주시 부론면이고 일대가 남한강 수변관리지역에 포함되어 인근에 오폐수를 발생시키는 여타 공장이나 축사가 없기 때문에 무척 청정한 곳이다.

학교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손봐야할 곳이 많을 듯 하다.
면적은 대략 1만제곱미터가 넘고 4필지의 밭과 1필지의 논이 포함되어 있다. 계획하고 있는 농법으로 작물을 시험재배해 보기에는 적당한 크기로, 시험재배는 천천히 계획을 세워서 6월부터 추진할까 한다.

가장 우려했던 전기와 수도도 아무 염려없이 잘 가동되고 있었다.

전기는 기존에 사용했던 분이 여전히 관사 일부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이어받아 사용하면 될 것이고 수도는 전기모터에 의해 지하수가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 맛도 좋았다. 동네주민은 물이 어찌나 깨끗한지 받아둔 채로 한달을 지내도 물 이끼나 물 때가 전혀 끼질 않고 처음과 똑같다고 자랑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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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30. 동파 방지를 위해 단열비닐로 씌워놓은 지하수 수도꼭지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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