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가 조용하다. 오늘 이 순간만 그런 것도 아니고 매일매일이 조용하다. 산새나 개구리 울음이야 귀청이 떠나가라 울려대지만 그런 자연의 소리는 어느 순간 하얀 재처럼 전혀 의식 바깥에 머물고 의식 안쪽의 소음 역시 청명한 하늘처럼 여유롭다.
주변 사위의 고요함 때문인지 어쩐지 두레박에 올라앉아 심연처럼 깊디깊은 우물 속으로 내려가듯 밤이면 마음자락은 한없이 깊은 가슴 속 어느 장소로 침잠하곤 한다.
마음 속 우물 안.
고요함 속에 쪼그려 앉아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마음 안쪽을 들여다보면 언제나처럼 푸른 슬픔이 출렁인다.
아쉬운 날들, 서글픈 날들, 부끄러운 날들, 분노에 떠는 날들 - 이제는 사무치게 그립다.
언제부터인가 사업 상 자리가 아니라면 선배들과의 자리를 피한다.
선배들은 대개 나보다 연배가 높은 50대인데 함께 한 자리에서 그들은 항상 현재의 푸념을 그리고 지나간 사연을 이야기한다.
집안에 대한, 아내에 대한, 자식에 대한, 직장에 대한, 상사 혹은 부하직원에 대한 푸념과 철없던 시절의 무용담과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들을 자신의 직접 겪은 양 허풍을 양념처럼 섞어 과거시제로 이야기한다.
"이봐! 아직 창창하잖아! 푸념 그만하고 과거 얘기도 그만하고, 가슴 속에 담아둔 미래와 은밀하게 혼자만 간직한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라구!" 라고 소리쳐 주고 싶다.
그 자리가 술자리라면 별로 술도 못하는지라 설핏 술에 취해 그렇게 고함지르며 술주사를 늘어놓을까봐 선배들과의 술자리에 끼어들기가 부담스럽다.
반동일까...........후배들과 더 자주 어울린다.
그들의 꿈을,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핀잔한다. 그래도 즐겁다.
그들이 젊어서가 아니라 퀘퀘한 과거 얘기가 아닌 현재진행형 혹은 미래의 이야기이고 푸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혼자 어둠 속에 앉아있으면 과거의 일들이 활동사진처럼 눈 앞을 지난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인가..........
